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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사상에서 정서의 해체 이론

작성 : baluni / 2010-09-28 11:16 (수정일: 2018-01-19 11:14)

도가사상에서 정서의 해체 이론

 

정용환(Chung, Yonghwan)

전남대학교

 

1. 들어가는 말

 

이 글에서 사용하는 해체의 일차적 의미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구속을 깨뜨리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현실은 매우 많은 구속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은 불만족을 일상화한다. 원하지 않는 성향의 정치인이 당선되었을 때에 그 사람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맘에 들지 않은 직업 환경을 감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시대가 던져놓은 구속들, 자본에 의해 생겨나는 구속들, 직장에서 비롯되는 구속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쳐오는 구속들, 욕망 실현을 위해 부수되는 구속들 등 우리의 주변에서 매우 많은 구속의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한 구속들의 강도가 강할수록 삶이란 자유로운 것이라기보다 구속에 저당 잡힌 것에 불과하다.

노자와 장자에서 연원하는 도가사상의 일차 테제는 구속적 정서의 해체이다. 일반적으로 도가의 철학은 “사해(四海)의 밖에서 노닐고[遊乎四海之外] 육극의 밖으로 나가서[出六極之外] 소요하는 것”으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1], 그러한 대자유 관념의 근저에는 구속을 해체하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무정하다”고 할 때의 ‘무정(無情)’이라는 말이 『장자』에 나오는데, 그 관념 역시 무조건적으로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을 뜻하기보다 구속적 정서에 대한 해체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도가는 우리의 삶을 불필요하게 구속하는 군더더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민한다기보다 풍자하고 비판한다. 도가는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정말로 그 자체로 명증하게 가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을 위해 수단적으로 동원된 것에 불과한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도가는 더 높은 목적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여타의 것들이 수단화 되는 것에 대해 염려한다. 과연 도가의 주장처럼 구속적 가치가 불필요하게 삶을 수단화하거나 억압할 경우 그것을 어떻게 해체해야 할까? 도대체 구속은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며, 어떻게 해체해야 할까?

 

[1] “사해의 밖에서 노닌다[遊乎四海之外]”는 구절은 『장자』 「소요유」에 나오고, “육극의 밖으로 나간다[出六極之外]”는 말은 「응제왕」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