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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굿문화-미디어-감성’ : 굿문화의 역능과 현재적 의미

작성 : dang32g / 2010-03-29 01:20 (수정일: 2018-01-19 13:56)

(11차 세미나)

‘굿문화-미디어-감성’ : 굿문화의 역능과 현재적 의미

 

이영배*

 

 

차 례

 

 

 

Ⅰ. 연구 목적과 방향

Ⅱ. 굿문화와 근대 미디어

1. 빈칸 혹은 침묵: 근대와 탈근대의 사이

2. 집단적 구경과 창조적 변용의 가능성

Ⅲ. 굿문화의 가치와 유비쿼터스 시대

1. 굿문화의 가치를 묻는 까닭

2. 유비쿼터스 시대의 특징

3. 닮음과 차이, 교섭의 가능성

Ⅳ. 굿문화의 역능과 현재적 의미

 

 

Ⅰ. 연구 목적과 방향

 

미디어는 인식과 대상 사이의 관계, 사물간의 관계, 인간간의 관계를 성립시켜주는 사물이나 기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디어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유통시킨다는 일차적 기능만 갖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창출하고 기호 환경을 형성함으로써 우리(해독자)와 메시지(텍스트),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와 실재적(물리적) 환경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보다 포괄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미디어적 존재이다. 즉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자기정체성을 확보한다. 모든 감각기관에 투사되는 감각대상들이 미디어로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지각됨으로써 세계가 구성되고 존재가 확인된다.

이 글에서 굿문화는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미디어로 이해된다. 굿문화는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미디어들을 그 안에 접고 있다. 즉 굿문화를 생산⋅연행⋅창조⋅변용하기 위해 연행자나 전승자들이 필요로 하는 미디어들과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 수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미디어들이 굿문화를 구성하고 존속하게 한다. 또한 굿문화는 그것이 연행하는 사회 세계와 그 구성원들이 의미들을 소통하는 미디어 자체이기도 하다. 굿문화는 언어와 비언어적인 기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상과 소망을 실어 날라 사회구성원들이 원치 않는 사회 세계의 어떤 구조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조⋅변화시키는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식 저편에 있는 실체에 대한 상상적 해석을 현실 세계에 소통시키는 상징들로 기능한다. 이러한 점에서 굿문화를 미디어로 이해하고 그것을 사람과 사물, 사회의 관계를 형성하고 의미를 창출하여 문화를 유지해온 민중의 역능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굿문화에는 사건이 중첩되어 있다. 굿문화를 향유한 사람들이 경험한 사건들이 투영되어 있다. 그 사건들은 발생지점에서 현재까지 그것을 경험하고 해석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과 의미 전달의 갈등⋅투쟁을 그 안에 접고 있다. 그래서 굿문화는 적층적 의미구성체이고 공시적인 차원 속에 통시적인 차원을 접고 있는 구술문화인 것이다. 그 다양한 반응과 의미 해석의 구조 속에, 대상에 대한 인식⋅해석 주체의 경험⋅기억⋅회상 등이 감성적인 언표나 행위의 조각들로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재해석되지 못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디어로서 굿문화가 전개되어온 궤적을 굿문화 자체의 구조 속에서 해석할 수 없다. 그것은 그 반영적이고 경쟁적인 대상을 통해서 적층화된 의미의 조각들의 잘려진 부분들을 채움으로써 상상해볼 수 있다. 이 글에서 굿문화와 미디어를 연결하여 근대 미디어 기기들에 대한 민중들의 접촉 양상을 살펴보는 일은 굿문화의 미디어상을 상상해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전자시대의 한복판에 구술문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말은 과학⋅기술의 혁신에 따른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형성되고 있는 관계의 문화가 구술시대의 관계의 문화와 닮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굿문화와 미디어와 감성을 ‘굿문화-미디어-감성’으로 연결하고, 어찌 보면 이질적인 것들을 교차⋅중첩시켜 그 특징과 관계를 조명하여, 굿문화 연구의 다른 차원을 열고자 한다. 이는 근대 문화가 외면하고 배제한 굿문화의 역능을 현재에 되살려보는 일이기도 하며, 현재에 그 가치적 측면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하여 그 역능의 성격과 방향을 짚어보려는 일이기도 하다. 후자와 관련하여 미디어는 자본/권력에 포섭될 수도 있고, 길항 관계 속에서 긴장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는 양가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굿문화와 감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굿문화의 사회 통합성이 기존 사회의 ‘안전판’으로서 기능할 수 있고, 대중을 무비판적인 소비주체로 대량으로 양산하여 자본/권력의 이윤 시스템을 강화하여 자본축적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 감성은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굿-미디어-감성’을 연결하는 공통의 축으로서 자생적인 문화 역능, 자율적인 다중, 긍정적⋅진보적 감성을 설정하고 사회세계 내에 존재하는 여러 간극을 이어주는 매개로서 그것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제 속에서 이 글은 유비쿼터스 시대라 운위되는 사회의 비전 속에서 굿문화의 역능과 현재적 의미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먼저 굿문화의 주변성을 심화하고 전승의 단절을 가속화한 사태 속에서 지탱되어온 굿문화의 가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또한 근대와 탈근대 사이에서 지속되어온 굿문화의 ‘빈칸과 침묵과 그 가능성’을 근대적 미디어기기의 수용 양상을 통해 검토하려고 한다. 이는 주로 일제 강점기 식민지 민중의 미디어 접촉 양상을 통해 논의될 것인데, 여기에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표면적으로 분열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집단적인 경험 방식이 뜻하는 의미이다. 이 의미는 유비쿼터스 융합 현상에 내재된 혁신적인 가치를 짚어보는 속에서 현재에 새롭게 굿문화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이자 굿의 전승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역능으로 분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