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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정서와 숙고에 관하여: 주희의 격물설과 장자의 물물설

작성 : dang32g / 2010-03-29 01:24 (수정일: 2018-01-19 13:57)

(12차 세미나)

정서와 숙고에 관하여: 주희의 격물설과 장자의 물물설

 

정 용 환

 

1. 서론

 

정서(情緖)와 숙고(熟考)라는 개념은 그 어휘의 계보를 추적해보면 동아시아의 사상적 전통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주희(朱熹)를 중심으로 하는 유가사상에서는 정서와 숙고라는 개념을 핵심적 테제로 삼아 삶과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노장(老莊)을 중심으로 하는 도가사상에서는 그러한 유가사상적 시도를 해체하려고 한다. 왜 성리학자인 주희는 정서와 숙고의 정립을 통해 삶과 세계를 파악하려고 할까? 또한 도가사상은 왜 유가의 그러한 정립에 비판적일까? 더 나아가 우리는 정서와 숙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사상적 보고인 유가사상과 도가사상에서 제시하는 정서와 숙고에 관한 서로 상반된 논의들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정서 및 숙고와 관련하여 헤이트(Jonathan Haidt)의 평가 수반적 직관주의 이론, 주희(朱熹)의 격물설(格物說), 장자(莊子)의 물물설(物物說)을 차례대로 살펴봄으로써 격물설을 정서와 숙고에 관한 해석학으로서 재정립한다. ① 주희의 격물설은 소학 공부와 대학 공부를 통해 평가 수반적 직관과 합리적 숙고의 과정을 종합하고 있다. ② 그러나 장자의 물물설의 측면에서 보자면 주희의 격물설은 큰 관점을 자각하지 못한 채 순물(循物)의 작은 관점에 고착되어 있을 뿐이다. 격물설이 궁극적으로 유가사상적 텍스트에 기초하여 초월적 본질을 임의적으로 주장한다는 점에서 보면 물물설의 비판이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는다. ③ 주희의 격물설이 물물설적 비판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본질주의적 공부법을 탈피하여 정서와 숙고의 해석학으로서 재정립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주희의 격물설이 본질주의적 공부법이 아니라 정서와 숙고의 해석학으로서 재정립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