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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1920~30년대 목포 노동자들의 현실인식

작성 : baluni / 2010-07-20 20:08 (수정일: 2018-01-19 14:00)
 (17차 세미나)

1920~30년대 목포 노동자들의 현실인식

                      -박화성 소설 「하수도공사」를 중심으로-

                                                                        

                                                            최창근

               < 목 차>

1. 머리말

 2. 목포의 노동자

 3. 그들만의 현실, 그들만의 감정

 4.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

 5. 맺음말

 

  1. 머리말

  하나의 현상을 접할 때, 또는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 볼 때 인간은 흔히 두 개의 대립적 관계를 설정해 그 의미를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 그 대립적 존재들은 추상화되고 관념화 되기 쉬운데 이는 이항대립적 인식이 유발하는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의 선명성을 위한 이러한 인식작용이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나아가 진실을 파악하도록 하는지는 좀 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소하면서도 본질적인 차이들이 비교나 대조의 관계에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1920년대 조선을 돌아보는 우리의 시선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일제강점이라는 문제적 상황에 대한 역사적 합리화를 위해 우리는 민족주의적 담론 하에서 당시를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 속에서 조선민족의 모든 행위는 조선과 일본의 대립 구도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그 안에서 해석의 여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틀을 벗어나 현실의 모습을 구성해 본다면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실제 모습은 지금 우리의 추론과는 사뭇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표상은 매우 관념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카프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운동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노동자의 존재는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념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대의 노동자들이 그토록 의식적인 존재였을지는 의문이다.

  조선의 수많은 노동자와 민중은 시대적 격랑의 와중에서 생존과 생활이라는 시급한 문제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을 것이다. 특히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혼돈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생존을 위한 삶의 영역에서 경제는 이념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한 시대의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일반 민중의 경제적 환경과 실제 삶에 대해서는 무관심 했었다.

  일제시대의 사회ㆍ경제적 현실에 대한 사실적 접근은 그동안 우리의 역사인식에 내재한 친일과 반일의 대립적 시각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식민지근대화론’과 ‘내재적근대화론’의 틀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연구경향1)과 맥을 같이하면서 일제하의 현실이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실제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2)

  본 논문은 이러한 취지에서 박화성의 소설에 등장하는 조선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1920~30년대 노동현실과 노동자들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박화성의 소설은 이와 같은 연구취지에 매우 적절한 연구텍스트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박화성이 소재의 채취와 현실 묘사의 치밀함으로 조선빈궁의 현실을 박진감 있게 고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론적 관념성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3) 그리고 그녀는 현실에 대한 보고와 경험을 통해 생겨난 자신의 자연발생적인 이념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