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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 시대 횡단적 보편학으로서 감성인문학: 장소‧매체‧서사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세미나

‘소리’의 징후, 원한의 역사성

작성 : baluni / 2010-11-15 20:07 (수정일: 2018-01-19 14:06)

 [25차 세미나]

 

‘소리’의 징후, 원한의 역사성

: 한승원 연작 『안개바다』읽기

한순미(인문한국연구교수)

1. 부재의 현존 : 소리

2. 울음 : 정체성의 불안, ‘반동자’라는 기표

3. 소문 : 희생양을 만드는 ‘스캔들’

4. 안개 : 소리의 맺힘, 타자들의 기억

5. 요약과 전망 : 매듭 풀기

1. 부재의 현존 : 소리

소리1)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다.’ 소리는 부재하면서 현존한다. 침묵은 음성적 언어로 환원할 수 없지만 소리 없이 소리로 존재한다. 소리는 종종 이미지로 그 육체성을 나타내며, 이미지의 침묵 속에서 어떤 소리가 흘러나온다. 따라서 소리와 이미지를 청각과 시각의 대립, 비가시성과 가시성의 대립으로 단순화하긴 어렵다. 비가시적인 소리는 가시적인 이미지와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침투의 영역을 이루면서 우리의 삶의 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삶은 들리는 소리와 들리지 않는 소리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는 볼 수 없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붙잡을 수 없는 것이지만 언어 이전, 인식의 밑층에서 살아 움직이는 의미체로 현존한다. 소리는 “감각 이전에 감각함”이다.2)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는 우리의 사유와 몸짓을 이루는 밑바탕이며 존재의 일부를 떠받치고 있는 ‘원(原)흔적’(자크 데리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리를 듣는 청각적 주체에게 소리는 원근법적 대상이 아니라, “소리는 나의 신체적 존재에 스며들고 관통”하여 소리의 “들음은 신체적 전체성을 통하여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다.”3) ‘듣다’의 주체는 이미 소리와 서로 스미고 짜인 미분리의 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