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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 시대 횡단적 보편학으로서 감성인문학: 장소‧매체‧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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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마음의 도상학(圖像學)

작성 : baluni / 2010-07-20 20:11 (수정일: 2018-01-19 14:01)

 (18차 세미나)

 

마음의 도상학(圖像學)1)

-백호 임제의 <愁城誌>를 중심으로-

문성대*

      1. 문제 제기

      2. 마음의 형상화: 군주지관(君主之官)의 전통

      3. <愁城誌>에 나타난 마음(心)의 도상(圖像)

      4. 심병(心病): ‘근심의 성(愁城)’에 대한 알레고리

      5. ‘다스리기’로 바라본 임제의 감성론

      6. 남은 과제

1. 문제 제기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동양적인 글쓰기에 대한 조명으로 ‘몸과 마음’의 관점[體用論]에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형상화해 왔는가 하는 문제이다. 기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도덕적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속에는 ‘나’로 표상되는 몸(신체)와 마음(정신)이 과연 어떻게 존재하고 상호 작용하는가가 주요한 화두가 되었다. 서양에서는 데카르트가 몸과 마음의 상호 관계를 상상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 상상과 논쟁해 왔다. 동양에서도 인간의 신체를 일종의 ‘소우주’로서, 인체와 우주는 서로 상응[대응]한다고 보아 태극, 음양, 오행, 성정, 이기 등의 철학적 사유가 접목되어 거대한 철학적 담론이 형성되었다. 동서양에서 이루어진 몸과 마음의 사유가 각기 다른 문화적 환경과 철학적 전통에서 배태되었겠지만, 그 공통점은 다름 아닌 ‘세계=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지의 세계(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통해 인류는 종교를 탄생시키고 과학을 발전시켰다면,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정신)에 대한 궁금증을 통해 인간이 다양한 방식의 상상(글쓰기)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박한 물음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서양(동양)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이른바, 조선시대 16~17세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심성가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성가전(心性假傳)은 말 그대로 마음(心)과 성(性)을 의인화 한 일련의 한문 문학작품을 일컫는 장르명이다. 그래서인지 이 장르에 속한 작품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의인화했기 때문에 심성의인(心性擬人)으로, 마음의 이칭인 ‘천군(天君)’4을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에 천군소설(天君小說)로, 마음의 작용과 관련하여 긍정과 부정적인 부분들(인물군)의 전쟁으로 형상화 했기에 천군연의(天君演義)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김우옹(1540~1603)의 <天君傳>, 임제(1549~1587)의 <愁城誌>를 필두로, 황중윤(1577~1648)의 <天君紀>, 정태재(1612~1669)의 <天君演義>, 임영(?~1696)의 <義勝記>가 창작되었고 조선후기까지 정기화(1786~1827)의 <天君本紀>, 유치구(1793~1854)의 <天君實錄>, 우병종(?~1892)의 <천군전> 등의 작품이 꾸준하게 창작되었다. 이를 통해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와 여말의 가전(假傳)이 창작되었던 전통뿐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상당기간 마음을 의인화한 전통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