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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세미나

김남천 소설 속의 ‘누이’ 표상

작성 : baluni / 2010-08-05 11:32 (수정일: 2018-01-19 14:01)

(20차 세미나)

호남학연구원 인문한국사업단 제20차 세미나 발표문(2010. 5. 20.)

김남천 소설 속의 ‘누이’ 표상

-‘소년 주인공 계열’ 소설을 중심으로-

발표자 : 정명중

목       차

1. 들어가며 : 애타게 누이를 찾는

2. 잃어버린 ‘생활의 일원화’를 찾아서 : ‘소년’의 발견

3. 성장의 역설 혹은 잔인성 : 입이 없는 ‘누이’

4. 나오며 : 누이=‘기표X’?

1. 들어가며 : 애타게 누이를 찾는

이름만 대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어느 트롯가수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이렇게 노래했다.

언제나 내겐 오랜 친구 같은 / 사랑스런 누이가 있어요 /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누이 / 마음이 외로워 하소연 할 때도 / 사랑으로 내게 다가와 / 예쁜 미소로 예쁜 마음으로 / 내 마음을 달래주던 누이 / 나의 가슴에 그대 향한 마음은 / 언제나 사랑하고 있어요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떠한지 실증적으로 확인한 바 없지만, 최소한 한국 문화권에서 ‘누이(혹은 누나)’1)라는 호칭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울림은 각별하다. 특히 한국 남성들에게 누이란 구체적인 실존이기보다는 특별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어떤 이미지들로 다가오는 듯하다. 다른 가족 내 호칭들 이를테면 ‘아버지’ 또는 ‘어머니’, 아니면 ‘형’ 혹은 ‘오빠’ 내지는 ‘언니’ 등이 환기시키는 일정한 이미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누이의 이미지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위의 노래 가사만 봐도 알 수 있거니와, 누이는 친구이자 연인이고, 게다가 마음을 달래주는 어머니 노릇까지 감당해야 한다.  

물론 위의 노래는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여성에 대한 원초적인 그렇지만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일종의 판타지를 조야한 수준에서 반영한 것이다. 이보다 더 조야한 판타지는 많다. 예컨대 “어느 날 나는 친구 집엘 놀러 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친구 누나의 벌어진 가랑이를 보자 나는….” 식으로 시작하는 퍽 낯 뜨거운 내러티브를 우리는 잘 안다. 이 내러티브는 오래 전에 황지우의 시(詩)에 여과 없이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고, 화장실 벽을 통해 은밀하게 유통되었던 근친적 내러티브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결국 누이는 남성의 성(性)판타지(포르노) 대상 제1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