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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조선시대 회화에서 ‘담淡’의 미

작성 : baluni / 2010-08-05 11:37 (수정일: 2018-01-19 14:02)

(22차 세미나)

조선시대 회화에서 ‘담淡’의 미

이선옥(인문한국 연구교수)

<목차>

Ⅰ. 머리말

Ⅱ. ‘담’ 의 미학적 의미

Ⅲ. 문인화와 담

Ⅳ. 조선시대 회화와 담

Ⅴ. 맺음말

 

Ⅰ. 머리말

    한국 미술의 미적 특징을 논한 여러 학자들이 한국미술을 형성하는 주요 미감으로 제시한 것 중의 하나가 ‘淡’의 미이다. 직접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최초의 미학미술사학자인 高裕燮(1905~1944)은 質朴, 무기교의 기교와 함께 淡素를 그 특징이라 하였다. 같은 시기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였던 金瑢俊(1904~1967)은 한국미를 ‘枯淡한 맛, 淸雅한 맛, 閒雅한 맛’으로 요약하였다.1) 직접 ‘담’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은 욕심이 없는 국민성을 지녔으며, 이에 따라 조선미술에는 놀랄 만큼의 간결성이 있다. 한국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조화와 평온함을 가진 고전적 균형이며 이는 단순성과도 상통하는 것이라 하였던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 1884~1971)의 평이나,2) 한국미를 조선의 선비문화와 관련하여 ‘세련과 조잡의 두 극단 속에서 힘과 마음을 끄는 정직성 또는 도덕성이 있다’고 말한 에블린 멕퀸(Evelyn McCune, 생년미상)의 견해도 과장하거나 너무 지나치지 않는 절제의 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욕심이 없고 깨끗한 미감인 ‘담’과 일정 부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한국미에 대한 견해는 어느 시대, 어떤 장르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어느 하나를 한국미의 특징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담담함을 여러 학자들이 한국미의 주요 미감으로 지적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미술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淡이란 사전적인 의미에서는 “濃의 반대되는 말로, 맛이 엷거나 물이 평평하고 옅은 것”을 말한다.3) 비슷한 뜻을 가진 ‘澹’과 혼용되며, 淡淡, 淡泊이나 澹泊 혹은 淡白 등으로 의미를 확장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淡泊이라는 단어를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였다.4) 용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사람의 성품, 행위의 단순함, 또는 음식에 대해서도 담백하다거나 담박하다는 표현을 썼다. 담박이 성품이나 사물 본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담백은 맛이나 색깔 등 시각이나 미각으로 지각되는 예에 더 자주 쓰였다. 평이하고 담박하다는 平淡도 빈번히 쓰였는데, 인품을 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시나 문장을 평하는 품평어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