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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과 분노

작성 : abraxas701 / 2010-09-19 12:31 (수정일: 2018-01-19 10:26)

체면과 분노

- 광주항쟁과 5월운동을 중심으로 -

   

김창규(전남대)

  

1. 체면이란?

2. 체면과 부끄러움

3. 부끄러움과 분노

4. 부끄러움과 5월운동

5. 맺음말

 

  1. ‘체면’이란?

  한국의 고유한 문화 가운데 ‘체면’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양반 체면에”, “주권국가의 체면 손상”, “국회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체면을 위한 호화 결혼”, “체면이 구겨져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대우건설 사장”, “호남의 체면이 구겨졌다”, “한국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유교적의 전통이 강하고”, “시골의 장들이 아직도 그 체면만은 유지”, “KIA 우승으로 체면도 섰으니” 등등,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흔히들 체면이라는 말을 종종 듣거나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체면이란 말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처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체면이 한국인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체면에 관한 한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체면이 손상당하는 것을 ‘죽기보다도’ 싫어하며, ‘체면에 몰렸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한 경우에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한다.

ࡔ우리말 큰 사전ࡕ(1994)의 정의에 따르면, 체면은 몸을 뜻하는 체(體)와 얼굴을 뜻하는 면(面)의 합성어이다. 그 한자어 자체가 뜻하는 것처럼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로 정의된다. 여기서 얼굴은 내적 자기, 즉 내적 품성의 외적 표현인 동시에 외적 상징이다. 마음에 품었던 생각이 얼굴을 통해 표시되거나 상징되는 것이다. 남을 대하는 관계에서 자기의 입장이나 지위로 보아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는 위신, 체모, 면목, 모양새와 같은 의미이다.

이런 체면의 본질은, 첫째 “사흘을 굶어도 남 앞에서 이빨을 쑤신다”, “양말은 헐어도 구두는 번지르르하게 닦아 신는다”에서와 같이 이미지 또는 상이다. 둘째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로 구성된 이미지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자기 혼자만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면을 구성하는 요소에 포함되지 못한다. 셋째 “당신들이 알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나 스스로의 모습은 이렇다”에서처럼, 공적인 자기 이미지를 말한다. 곧 다양한 사회적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바람직하다고 인정을 받고자 내세우는 스스로의 모습이 체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