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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 4차(2021.07.29.) : 나의 유년에게

작성 : 관리자 / 2021-08-01 22:45 (수정일: 2021-08-01 22:50)
2021.07.29. 까망인문마을 4차

“나의 역사, 내가 지나온 장소와 사람들”을 주제로 까망인문마을 여름 프로그램 제2막의 막이 올랐습니다.^^ 제2막의 첫 모임에서는 주민 여러분들과 함께 어린 시절의 나의 신나는, 혹은 아쉬운 기억들을 이야기 나누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답니다.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고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진 후 엮는이 정다영 선생님께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의 삶 각각의 특별하고 고유하며 그만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즉 누군가는 모호하게나마 또 다른 누군가는 명료하게 자기 길을 걷기 위해 힘껏 노력하고 있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의 누군가와 나 자신을 비교해보면서 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감지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어른이 되갈수록 어렸을 적만큼이나 아무 생각이나 계산 없이 속 터놓고 말하는 경험이 점차 잦아들면서 우리들은 점차 나 자신에 대한 소리를 내 뱉을 입을 스스로 닫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과 집의 모습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떻게 놀았는지, 뭐 때문에 어린 마음이 아쉽기도 했는지 꼬꼬마 시절의 기억을 하나 둘 길어 오르며 까망인문마을 주민분들과 그 때의 삶의 한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부모님과 방을 써야 해서 자기 방이 없었던 경험,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겼을 때의 기쁜 감정, 가난과 이동이 잦은 시절이 민감하게 다가왔을 사춘기와 잊고 지내다가 불현 듯 떠올라버린 과거의 경험, 그리고 가족을 도와 일을 하면서도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기억, 비오는 날에는 빗물을 맞아 목욕을 하고 빵을 먹던 따뜻한 기분, 친구들과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본부를 만들었던 등 어린 시절 신나게 놀았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신나게 수다를 떠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은 언제나 한 사건이 발생했던 배경으로서의 공간과 장소를 토대로 상기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오늘 모임처럼 어린 시절 어땠느냐라는 물음은 어린 시절 지냈던 집/마을은 어땠으며, 그 곳에서 인상깊고 애정하는 장소는 어디었느냐라는 한결 구체적인 질문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까망인문마을 주민분들은 적어도 몇 년 동안 함께 동거동락을 해온 만큼 서로의 어린 시절까지 속속들이 잘 알고 지내시리라 생각했었는데, 유년 시절을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 보며, “어,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라며 반문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주민분들이 서로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과정을 보면서 상대방과 지속적으로 사이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 사람을 나만의 시선에 가두지 않고 그 사람의 기억을 들으며 길러낸 새로운 모습을 근거 삼아 다시 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걸 함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2막 첫 번째 모임은 어린 시절 이야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는데요, 까망인문마을 제2막의 두 번째 모임에서는 청소년기와 20대를 거친 기억들과 장소들을 상기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일상에 치여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소리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 주신 엮는이 정다영 선생님, 유쾌하게 말씀을 꺼내 주신 까망인문마을 주민분들 그리고 ZOOM 세팅에 수고해준 이홍범 간사님 모두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은 8월 5일 목요일 오전 10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울고 웃고 슬프고도 즐거웠을 주민분들의 청소년기와 20대 시절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