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고통, 말할 수 없는 것
고통, 말할 수 없는 것
- 역사적 기억에 대해 문학은 말할 수 있는가 -
한순미(전남대 호남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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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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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복불언(虵福不言) 2. 시체들의 말 : 침묵의 증언 3. 인간적인 것의 문제 :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 4. 무용(無用), 무위(無爲) : 약함의 정치 |
1. 사복불언(虵福不言)
고통을 말하기 전에, 저기 먼 곳 《삼국유사》권제4 제5 의해(義解)에 실린 한편의 이야기를 옮겨 본다. 사복이 어머니를 잃은 고통은, 아무리 원효‘대사’라고 해도, 그 고통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원효의 말은 차라리 수식에 가까웠으리라. 그것은 사복의 고통을 전혀 위로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사복은 원효에게 짤막한 마지막 말[生死苦兮!]을 남겨두고, 어머니의 시체를 직접 짊어진 채 땅 속 깊이 걸어 들어갔다.(여기에서 사복의 효심을 읽는다면 너무 단순한 읽기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물론 효선(孝善)편에 실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사복의 침묵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를 대신 전해주고 있다. 사복이 느낀 고통의 크기는 직접 어머니의 시체를 매고 땅 속 깊이 들어갔을 때에야 겨우 헤아릴 수 있는 것.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가능할까. 사복의 이야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말하지도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던[不語亦不起] 사복(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이 죽음 직전에 남긴 몇 마디의 말, 차라리 침묵이라 해도 좋을 몇 마디의 말과 그의 기이한 몸짓으로부터 어떤 울림이 전해진다. 아니, 어떤 울림은 사복의 침묵에서보다, 앞서 말하기를 그친 어머니의 시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