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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으로서의 행복 : 역사적 접근

작성 : dang32g / 2010-03-28 23:52 (수정일: 2018-01-19 10:48)

근대성으로서의 행복 : 역사적 접근

 

이영석(광주대)

 

 

<목 차>

 

 

 

1. 머리말

2. 개념의 변천

3. 18세기의 경제생활

4. 행복의 발견과 창조

5. 비판적 검토

 

1. 머리말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행복'은 만족이나 기쁨을 나타내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시대에 따라 만족을 일으키는 내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행복은 개인이 경험하는 주관적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행복감은 시대를 넘어 사람에게 공통된 감정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제각기 느끼는 행복은 근대 이후에 일반화된 주관적 감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달리 말해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경험과 일상생활에서 행복감을 찾으려는 경향은 근대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물론 감성은 한편으로는 인간 본능의 표현이다. 그 감성구조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철학 및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그 구조 자체가 역사의 산물이며 역사적으로 변모해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감성에 대한 역사적 접근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이 글에서는 근대 유럽, 그 가운데서도 18세기 영국 사회에 초점을 맞춘다.

왜 18세기인가. 역사가들에 따르면 이 시기의 영국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사회였다. 상업과 해외무역으로 번영을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세속적인 삶의 태도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렸고, 개인주의와 감성적인 자아의식이 종교와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감성과 시장경제는 처음부터 함께 맞물려 출현했던 것이다. 로이 포터(Roy Porter)에 따르면, 18세기 영국인들은 “새로운 도덕적 가치, 맛, 사교(sociability) 스타일” 등 새로운 규범들을 만들어냈다. 이 새로운 규범들은 “도시재개발, 병원, 학교, 공장, 감옥의 설립, 교통의 발전, 상품, 소비자행동의 확산, 새로운 상업 및 서비스 시장의 창출”과 직간접으로 관련된다. 일상생활의 분위기도 급속하게 바뀌었다. 사람들 사이에 행복을 추구하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으며 이것이야말로 영국 근대사에서 자유주의와 자유방임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토대는 물론 영국의 경제발전, 특히 국제무역 주도와 소비 증가였다. 영국이 해외무역과 식민지 경영의 중심국가로 떠오르면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소비재가 유입되었다. 에스파냐의 포도주와 오렌지, 이탈리아의 견직물과 기름, 인도 및 아메리카의 면직물〮・차・인디고・담배・커피・설탕 등이 대표적인 수입품이었다. 실제로 18세기 런던 중심가에는 값비싼 해외 소비재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급증했다. 물론 영국에 수입된 해외상품들이 모두 국내시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수입품 가운데 상당수는 대륙의 다른 나라로 다시 수출되었다. 특히 담배, 커피, 설탕과 같은 기호품의 경우 재수출 비율은 더욱 더 높았다. 런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해외무역의 번창을 지켜보면서 당대의 문필가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은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세계 여러 지역에 그 축복을 내리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사람들의 상호 교류와 거래를 목적으로 전 지구의 여러 지역 사람들이 서로 의존관계를 맺고 또 그들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결합하니 말이다. 거의 모든 등급의 지역마다 고유의 독특한 무엇인가를 생산한다. 종종 어떤 농산물은 특정한 나라에서만 재배하며, 어떤 양념은 또 다른 나라에서만 생산된다.”

18세기 물질생활의 향상과 행복감의 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는 드물다. 다만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로이 포터의 ࡔ계몽운동: 브리튼과 근대세계의 창조ࡕ(2000)다. 이 책은 장기 18세기 계몽운동과 사회변화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사한다. 제목 부제에서 나타나듯이, 이 책에는 근대세계가 기본적으로 영국 문화를 토대로 형성되었다는 자긍심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계기가 18세기라는 것이다. 영국의 계몽운동이 대륙의 그것과 다른 점은 단순한 지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에 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사회 분위기에서 개인의 감성과 개성을 발현하고 쾌락과 기쁨을 추구하는 풍조가 전사회적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근대세계다. 그는 특히 ࡔ계몽운동ࡕ 11, 12장에서 행복의 탐닉과 새로운 감성의 출현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포터의 서술 내용을 소개하고 18세기 영국에서 행복 추구의 실상이 어떠했는지 간략하게 검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