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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에서 보는 감정

작성 : dang32g / 2010-03-28 23:56 (수정일: 2018-01-19 10:47)

신경윤리에서 보는 감정

-도덕적 판단에서 감정의 역할-

 

김효은(숭실대 철학과 박사후연구원)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도덕적 의사결정에서의 감정의 역할 : 게이지의 예

3. 도덕적 판단에 대한 신경윤리학적 분석

4. 감정과 도덕성은 곧 뇌의 상태인가?

5. 맺음말

 

1. 들어가는 말

 

뇌과학의 발전은 인문학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주제들인 자아나 의사결정, 감정, 언어, 도덕성, 책임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신경세포 간의 정보전달과정의 연구를 넘어선 뇌 영상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사고와 행위의 신경과정을 더 잘 관찰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유의지, 도덕적 책임 등의 문제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이러한 뇌과학의 철학적, 윤리적, 사회적 함의를 다루는 분야가 신경윤리학(neuroethics)이다.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서 감정이 도덕적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를 통해서 도덕적 판단이 이성에 근거한다는 기존의 견해의 타당성이 의문시되었다. 이 논문의 목적은 신경윤리학의 여러 주제들 중 특히 도덕적 판단/의사결정과 감정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전통적인 견해와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검토하여 그 철학적 함축을 살펴보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성은 정서, 감정을 통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인간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분별력있게 이끈다고 간주되어왔다. 여러 가능한 행위들 중 선택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한 행위를 선호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그 행위나 그 행위의 결과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따짐으로써 가능해 보이며, 이로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런데, 한 행위가 다른 행위보다 더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완전하게 판별하려면 무수히 많은 경우들을 모두 따져보아야 하는데,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으로 따질수록 그 계산의 항목들의 수는 무한해지며 끝없는 과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성에 의한 합리적 계산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고, 완전한 합리적 판단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정당화의 기준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실제로 우리가 어떤 행위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성도 작용하겠지만 이성과 모순되는 요소들이 많이 작용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근대 철학자 데이빗 흄(David Hume)의 다음의 문구이다.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는 것보다 전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내가 더 선호하는 것은 이성과 모순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어떤 행위를 선호하고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의 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행위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이성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가 판단을 내리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이성적 사고의 과정을 거쳐 결단에 이르는 시간은 몇 초나 몇 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도덕적 본능(moral instinct)은 우리의 도덕적 판단이 이성적인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이러한 도덕적 판단의 본성에 대해 뇌과학의 성과가 전통적 견해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서 경험과학의 성과가 철학의 전통적 주제였던 감정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밝혀내었지만 동시에 이를 비판적,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