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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이전 시기 한 독일인의 불만 감정

작성 : dang32g / 2010-03-29 00:06 (수정일: 2018-01-19 10:45)

종교개혁 이전 시기 한 독일인의 불만 감정

 

박양식(한신대)

 

 

<목 차>

 

 

 

I. 서론

II. 서신 발송 행위와 수신 대상에 얽힌 감정

III. 불만 내용에 얽힌 감정

IV. 역사 현실 속 불만 감정의 의미

 

I. 서론

 

역사학에서 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이 문제로 논의의 출발점을 삼을 때 직면하는 문제는 감정이 역사 행위와 형성하는 관계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렇다고 할 때 우리는 감정을 하나의 역사 현상으로 보고 개인과 집단이 역사 속에서 표출하는 감정의 내용과 기능 또는 의미를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감정에 관한 역사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주의에 충실하고자 한 전통적 역사학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감정이 역사적 탐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사회사, 문화사, 심리사학, 관념사, 일상사 등 새로운 역사방법론이 제기되면서 인간 정신과 심리에 관련한 역사 연구가 시도되었다. 그 결과 정신분열증, 심리변화, 집단히스테리, 망탈리테 등에 관한 새로운 역사적 내용들이 도출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관한 본격적 역사 연구의 성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기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계몽주의 이후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한 근대 사회는 감정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함은 물론 전근대적인 것으로 강조해 왔다. 그 결과 감정은 근대 사회의 발전에 부적절하며 해롭기까지 하다고 평가되었다. 가치의 기반을 합리성에 둔 관점에서 볼 때 감정은 인간의 역사 행동을 규명하는 데 늘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감정 연구가 새롭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감정에 대한 인식이 변하였다. 감정을 인간 이해에서 가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 인식 방법이 모호하다고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감정이 지닌 규제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고 다각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감정 조절은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일상적 감정 변화는 문명의 구성조직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바꾸어 말해서 문명의 정의는 감정이 어떻게 경험되고 표현되는가를 규제하도록 요구하는 한 목적을 위해 작용하는 둘 이상의 사회적 상호교환에 의해서이다 그렇다고 할 때 개인과 문명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감정은 중요한 매개변수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은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고, 그 개인의 감정은 사회 더 나아가서 문명과의 관계 속에서 일정하게 표출된다. 이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접근이 있지만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개인은 분명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의 경험 내지 표출 과정이 개인의 독자적 행위라고만 볼 수는 없다. 개인의 감정은 자기 노력의 결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은 사건과 관련하여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의 문제를 다룰 때 감정은 문화 체계의 힘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개인의 내면적 구조 안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다른 감정을 발생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감정 그 자체가 사회관계, 사회제도, 사회과정의 구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서 행위의 토대가 된다는 주장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 힘입어 역사 현실 속에서 개인의 감정이 표출되고 그 감정 표출이 사회적으로 공식화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역사적 내용은 또 하나의 역사적 현실을 묘사하는 성과가 될 것이다.

감정을 가변적 돌발 요인으로 보고 그래서 역사적 인식 대상에서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감정 자체를 역사 인식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접근해 가는 가운데 새로운 역사 현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감정에 얽힌 역사적 내용을 발굴해 낼 수 있다. Peter N. Stearns에 따르면, 감정들의 역사는 감정적 표준들과 감정적 경험 안에서 변화의 과제를 다루거나 아니면 좀 더 복잡하게 변하는 맥락들에서 발견되는 감정적 연속성들을 다룬다. 또한 감정들의 역사는 과거 시점의 묘사를 풍부해 주고 이전 시기를 다른 시기에 비교하는 과정을 내보이는 수단으로서 특정 시기의 특징적인 감정 유형들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본고는 종교개혁 이전 시기의 한 독일인 하급성직자가 표출한 불만 감정에 주목하였다.

역사의 각 시대마다 개혁이 일어날 때가 되면 사회적으로 팽배해진 불만 거리들이 표면화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 불만 거리들에 대해 저마다의 반응을 하다가 일정한 계기를 만나면 폭발한다. 일련의 행위를 유발하는 불만 감정이 개혁운동 혹은 더 급격하게 혁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J. M. Babalet이 지적한 것처럼, 감정은 더 이상 개인들의 내적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관계 속에 그리고 개인들과 그들의 사회적 상황 간의 상호작용 속에 존재한다고 이해하게 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감정은 역사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가변적 대상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관계를 보여주는 매개이다.

혁명이나 개혁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사람들이 갖고 있을 감정의 문제를 상정하면 개혁이나 혁명 이전 시기에 사회 속에 표출되는 불만 감정들이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본고에서는 종교개혁 이전 시기의 한 독일인 하급성직자가 갖고 있는 불만 감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독일인이 로마교회 체제 전반에 대해 갖고 있었던 불만 사항들에 얽힌 여러 감정을 통칭하여 불만 감정이라고 개념화하여 접근해 가고자 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불만 감정이란 감정 이론가들이 제시하는 기본 감정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항에 얽힌 일련의 감정을 지시하기 위해 선택한 편의상의 용어이다. 감정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정의할 때 감정은 상호관련이 있고 동시발생적인 변화의 연속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잠재적 감정 상태의 수는 사실상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 입각해 보자면, 일련의 감정군을 통칭하는 불만 감정은 의미 있는 개념이라 하겠다. 따라서 불만 감정이라고 규정한 것에 얽힌 감정선을 추적하며 그 감정이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검토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로 서신 발송 행위와 수신 대상에 얽힌 감정들을 찾아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교차되는 여러 감정들이 있었음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로 구체적인 불만 내용에 얽힌 여러 감정들을 읽어낼 것이다. 분노의 감정과 함께 그 뒤에 숨겨진 세밀한 감정들을 찾아보고 그 감정이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민족적 차원으로 발전되었음을 밝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급성직자의 불만 감정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서 생각해야 논점들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