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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와 무당굿, 그 다중적 관계망

작성 : dang32g / 2010-03-29 00:28 (수정일: 2018-01-19 11:17)

혼례와 무당굿, 그 다중적 관계망

 

 

이영배(전남대 호남학연구원 HK연구교수)

 

 

<목 차>

 

1. 여는말

2. '손비비기'와 '덕물림'

3. '영혼혼인굿'

4. 맺음말

 

1. 여는말

 

우리의 혼례 문화는 조선후기에 이르러 유교식 혼례와 고래의 혼례가 절충된 형식으로 나타난다. 즉 우리 고유의 신부집 잔치 혼례식과 가례의 교배⋅합근례의 의식이 결합된다. 이러한 절충적인 의례 형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구식혼례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해진다. 또한 함진애비와 신부측에서 벌이는 함을 사고파는 것은 고대의 매매혼의 유풍이 남아 있는 흔적으로 이해된다. 또한 신방에 악귀가 범하지 못하도록 신방을 엿보는 것, 고대의 약탈혼에서 연유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신랑다루기, 초행길이나 혼례식⋅신행길 등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주술적인 행위들은 규범적인 혼례의식에 민간의 속신들이 가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이해와 해석은 구식혼례가 우리 고래의 전통 혼례라고 이해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삼국 시대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는 잔존문화의 흔적이 있으며, 유교식 혼례의 큰 틀에서 혹은 유교식이 가미되어 절차적으로 세련된 혼례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글은 혼례에서 행해지는 무당의 무의식과 무당굿 속에 차용된 혼례의 형식을 대상으로 하여, 혼례와 무당굿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관되어 작동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무의식(巫儀式)이, 혼례에 비중이 적은 잔존문화라는 인식과 주술적인 메커니즘의 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인식을 지양하고 종교적인 차원과 함께 사회 속에서 기능하고 의미화된 방식을 살펴 그 사회문화적 성격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차후에 무당굿 연행집단 속에서 혼인의 관계망이 어떠한 사회문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를 그 신분과 관할 구역, 그리고 예능의 차원에서 좀 더 심화시켜야 할 것이다.